부성애와 모성애는 모두 육아행위의 산물
생명과학 KISTI (2014-06-03 09:20)
전세계의 문화는 “여성은 선천적으로 엄마가 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가정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자녀양육 행위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뇌에서도 동일한 양육회로(parenting circuit)를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이는 “신경학적으로 볼 때, 소위 모성이라는 것은 여성에게만 독특한 게 아니고, 여성호르몬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며, 자녀를 양육하기로 결정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남성의 뇌도 육아경험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연구다. 지금까지 여성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던 양육회로가 양육 경험에 의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는 부부의 공동책임결혼생활의 평등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예일 대학교의 켈빈 펠프리 교수(신경과학)는 논평했다.

이번 연구는 이스라엘에서 두 가지 유형의 가정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각각 한 명씩의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머니로 구성된 전통적 가정으로, 어머니가 대부분의 육아 의무를 부담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완전히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두 명의 남성, 즉 남성 동성애자 커플로 이루어진 가정인데, 그중 한 명은 생물학적 아버지로, 대리모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출산한 케이스였다. 두 명의 아버지로 이루어진 커플은 출생 직후 대리모로부터 아기를 인계받아 육아의무를 공동으로 부담했다. 모든 연구 참가자들은 초보 부모들이었다.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교의 루스 펠드먼 교수(심리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각 가정들을 방문하여,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지내는 모습과 각각 혼자 있는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리고는 텔아비드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도움을 받아, 비디오 촬영 전후에 모든 부모들의 타액을 채취하여 옥시토신의 농도를 측정해 봤다. 옥시토신은 친밀감과 애정을 표시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일명 신뢰의 호르몬(trust hormone)으로 유명하다. 또한 연구진은 부모들에게 아기와 함께 있는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fMRI를 이용하여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확인했다.

모든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든 아빠, 엄마, 동성애자들은 두 개의 회로(경로)로 구성된 양육 네트워크(parenting network)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로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각각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는 독립 경로들이다. 그중 하나는 편도체(amygdala), 섬엽(insula), 중격핵(nucleus accumbens)과 같이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진 구조체들을 포괄하며, 강력한 정서, 주의력, 각성, 보상을 담당한다. 다른 하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과 상측두고랑(superior temporal sulcus)을 포괄하며, 학습과 경험을 담당한다.

전통적인 가정의 경우, 엄마와 아빠들의 구체적인 활성화 부위는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들의 경우, 편도체가 중심을 이루는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두드러진 반면, 아빠들은 경험 의존성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다음과 같은 통념을 재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들은 선천적인 양육 및 보호 기능이 뛰어나 아기를 더 잘 보살핀다. 이에 반해, 아빠들은 선천적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경험, 커뮤니케이션, 학습을 통해 아기의 울음소리가 무엇을 의미하고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발달한다.”

연구진은 하마터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만이 편도체 관련 회로를 활성화시킨다는 기존의 가설을 지지할 뻔했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양육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동성애자 커플의 뇌를 관찰한 결과, 두 남성 모두 편도체가 중심을 이루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PNAS 5월 27일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설사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육아의 경험은 아빠의 뇌를 자극하여 엄마의 뇌와 동일한 방식으로 양육 네트워크를 활성시킨다”는 가설을 강력히 지지한다. 동성애자 커플의 경우, 설사 전통가정의 엄마에 비해 육아활동의 강도가 낮을지라도, 편도체 기반 네트워크가 활성화 정도는 육아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육아를 담당할 때의 뇌 활성화 패턴이 이성애자들과 다른 것은 아니다. 선행연구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 결과, 그들의 뇌 활성화 패턴은 전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후속연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모성애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엄마가 될 수 있는 뇌 회로를 갖고 태어났으며, 이 회로는 육아 경험을 통해서 활성화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 원문정보: Ruth Feldmana, “Father`s brain is sensitive to childcare experiences”, PNAS,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May 27, 2014, doi: 10.1073/pnas.1402569111